Artist Stories — No.01

그림은, 포기가 안 되더라고요

원·나·블을 보며 자란 아이가 웹툰작가가 되기까지. 어시 4년을 지나 자기 이름의 작품으로 — 웹툰작가 낙서장이.

작가 포트레이트
FIG.01낙서장이 작가, 작업실에서.

그림이 좋아 화가를 꿈꾸던 아이가, 일본 만화와 4년의 어시를 지나 자기 이름의 작품에 다다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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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어떤 작품을 하고 계신지 소개부터 부탁드려요.

필명 ‘낙서장이’로 활동하는 김민호입니다. 지금은 《날 죽이지 못하는 것은》을 네이버 시리즈에서 연재 준비하고 있어요. 원래 버프툰에서 연재하던 작품인데, 플랫폼이 서비스를 정리하면서 짧게 끝났고, 다행히 네이버 시리즈로 이적해 그대로 이어 가고 있습니다.

사실 아직 작품을 두 개밖에 못 했어요. 짧게짧게, 인연이 쉽게 닿진 않은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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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죽이지 못하는 것은》은 어떤 이야기예요?

여주인공이 암살자인데, 악마를 광적으로 사랑하는 특이한 취향을 가졌어요. 최근엔 학교에 잠입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거기 들어온 남자 주인공이 알고 보니 죽지 않는 악마 — 사탄이었던 거죠.

보통 악마는 죽이면 사랑이 금방 식어 시시한데, 이 남자는 불사라 계속 살아나요. 안 죽으니까 계속 사랑할 수 있는 거예요. 죽이고 당하고를 반복하는데, 남주도 죽으면서 점점 인간 세계에 적응하고 강해집니다.

《날 죽이지 못하는 것은》 한 컷
작품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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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웹툰 작가가 목표였어요?

원래 그림을 좋아했어요. 어릴 땐 막연히 화가가 되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러다 일본 만화를 보면서 자랐어요. 원피스, 블리치, 나루토 — 이른바 ‘원나블’ 세대죠.

그런데 한국에선 출판 만화가 잘 안 되더라고요. 제대로 하려면 일본을 가야 하는데 그건 싫었어요. 마침 조석 작가님이나 《노블레스》 같은 작품으로 네이버 웹툰이 막 떠오르고 있었고, ‘네이버 웹툰을 하자’ 하고 마음을 정했죠.

02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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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고 바로 자기 작품을 시작한 건 아니라고요.

네, 졸업하고 어시스턴트를 4년 했어요. 《하필, 너야!》, 그리고 이충호 선생님의 《뱀파이어 신드롬》. 이충호 선생님은 거장이시죠. 그 밑에서는 솔직히 많이 힘들었어요.

어시는 선 따고 채색하고, 배경도 만들고, 컷 편집까지 다양하게 해요. 한 편이 완성되는 모든 과정을 그 4년 동안 손으로 다 익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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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해서 내 작품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학교 동기 중에 지금 글작가를 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한테 작품 얘기를 정말 많이 했죠. 그렇게 나온 첫 작품이 《불가항력 그녀》예요. 노벨피아에 연재했고, 베스트도전쯤 올라가니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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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작가와 그림작가, 호흡이 안 맞을 때도 있죠?

소통이 안 될 때가 가끔 있어요. 작화는 제가 다 맡지만, 장면 연출은 글작가 쪽 방향이 있거든요. 다행히 그 친구는 같은 대학을 나와 그림을 좀 그려서, 그림 콘티까지 같이 줘요. 저는 그걸 보고 ‘이런 그림이겠구나’ 하고 잡아 갑니다.

작업 책상 / 작업물
FIG.02편집은 PC, 그림은 아이패드. 가장 오래 걸리는 건 ‘선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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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화는 보통 어떤 순서로 작업하세요?

글작가가 콘티를 JPG로 주면 읽어보고, 포토샵으로 원고를 만들어요. 클립스튜디오로 옮겨 칸·컷을 나누고 대사를 미리 적은 뒤 2차 콘티 → 정밀 스케치 → 선 따기 → 채색(배경도 이때) → 보정. 다시 포토샵으로 가져와 대사·효과음을 넣어 마무리합니다.

제일 오래 걸리는 건 역시 선 따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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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작업은 보통 어떻게 하세요?

1인 작가들은 대부분 사서 써요. 저도 에이콘에서 구매하고요. 오브젝트가 많을수록 ‘차 보여서’ 좋아요. 한 화에 보통 예순 컷쯤 되는데 웬만하면 다 배경을 넣어요. 클로즈업이라도 블러 처리를 해서라도요.

가장 아쉬운 건 현실에 없는 공간이에요. 악마물이다 보니 지옥·마계 배경이 마땅치 않아서요. 판타지 하는 분들이 다들 비슷하게 힘들 거예요.

배경 작업 예시
한 화 ≈ 60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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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판과 한국 웹툰판, 어떻게 다르다고 느끼세요?

일본은 아직 출판이 세요. 흑백 만화 중심이고요. 물론 거기도 디지털로 많이 넘어왔지만, 웹툰 쪽은 아직 한국이 월등히 강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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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요?

《치즈인더트랩》 같은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여러 인물이 다양하게 얽혀 뭔가를 헤쳐 나가는 이야기요. 그리고 더 멀리는, 제 이름을 건 스튜디오를 운영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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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처음으로 돌아가도 다시 이 길을 택하실까요?

음… 고민할 것 같아요. 그림은 절대 포기 안 해요. 그런데 마감이…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누가 웹툰 하겠다고 하면 진심으로 물어봐요. “정말 할 거냐, 힘든데.” 말리는 거죠.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는 거예요. 다른 길도 많으니까요.

인터뷰 내내 그는 ‘배경’을 여러 번 말했다. 한 화에 예순 컷, 휑해 보이지 않으려면 클로즈업 뒤에도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작가가 이야기에만 매달릴 수 있도록 — brokenwrist가 돌려주고 싶은 건, 결국 그 시간이다.

작가들의 이야기, 계속됩니다